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청와대 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의원, 외교안보특보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을 내정했다.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안보 라인을 교체,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안보 라인에 배치된 인사들은 예외없이 대북 유화책을 주장해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목을 매다시피 한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인사는 기존의 대북 정책 기조를 수정하기는커녕 더욱 가열차게 밀고 나가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왜 지금처럼 됐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애당초 비핵화에는 관심도 없던 북한 정권과 이벤트성 만남, 일방적 퍼주기 등을 통해 ‘보여주기식’ 관계 개선에 매달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 특히 대미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을 이용하다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판을 깨버렸다. 대북 전단을 핑계로 막말을 쏟아낸 데 이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했다. 현 정부 들어 이뤄진 남북한 간 합의들을 사실상 모두 백지화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기존 대북정책부터 전면 재검토하는 게 순서다. 북한은 핵개발이나 무력도발과 같은 ‘불량국가’ 행태에 대해 국제사회가 원칙에 입각해 엄정하게 대했을 때 비로소 화해 제스처를 취했고 대화의 장에 나왔다. 이는 여러 차례 입증됐다. 그런 점에서 북한을 비핵화와 대화로 이끄는 유일한 방법은 빈틈없는 한·미 동맹 구축과 대북제재 공조 강화다.

이런 정책 전환 없이 ‘회전문’식으로 안보 라인만 교체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현 시점에서 더 급한 것은 경제 라인을 물갈이하는 것이다. 경제는 전대미문의 위기이고 부동산은 연일 폭등하고 있지만 경제부처나 청와대 관련 인사 중 책임지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하긴 경제 라인이 물갈이돼도 지금처럼 ‘정치’를 앞세운 여당에 질질 끌려다니고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식이라면 이 또한 별 의미가 없다.

안보도 경제도, 지난 3년간의 정책실험은 실패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돌려막기식 인사로 눈 가리고 아웅 할 게 아니라 정책 기조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굴종적인 대북관계도, 빈사상태인 경제도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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