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재정이 최근 석 달 새 100조원 넘게 풀리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급격히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그 규모가 1130조원(지난 4월 기준)에 달한다. 은행에 대기 중인 돈(요구불예금 잔액)만 한 달 새 24조원 넘게 증가했고, 증시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주식 투자자예치금도 작년 말보다 20조원 늘어난 47조원에 이른다.

이 많은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 기업과 가계의 위기 극복을 돕고 경제활력 제고의 마중물이 된다면야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뭉칫돈이 부동산시장 등에서 자산가격 거품을 만드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 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2% 상승할 정도로 집값은 과열 양상이고, 정부가 21번째 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더 올라갈 기세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급락했던 주가지수가 위기 직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한 것도 넘치는 유동성 덕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증시에서 요즘 스타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새로운 신드롬까지 낳고 있다. 지난달 말 공모주 청약에서 시중자금을 무려 31조원 끌어모으며 IPO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상장 첫날인 지난 2일에 이어 3일까지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런 투자 열기는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 소속사) 등 하반기 IPO 기대주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와 함께 기존 상장사 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주와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비대면 시대를 주도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새로운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증시 호조는 부동자금이 몰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기대주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바이오나 IT(정보기술)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은 기존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종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와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갑다. 시중자금이 이들 기업에 들어가 증시도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윈윈’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업들이 계속 나오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창업 후 소위 ‘죽음의 계곡’을 잘 넘기고 IPO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널리 허용하는 등 과감한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아울러 기업을 옥죄는 상법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도 차제에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증시도 경제도 살아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