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제4의 스크린' 사이니지
대형 옥외 광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51년 영국 런던 만국박람회 때였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 도시에 중심상가가 형성된 것도 그 무렵이다. 아시아에서는 1881년 일본 권업박람회 때 6700개의 전구로 건물을 장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의 상업광고용 디스플레이인 ‘사이니지(signage)’는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됐다. 대형 할인점체인 케이마트가 각 매장의 TV를 통해 영화 비디오를 홍보하면서 쇼핑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디지털기술 발달로 터치 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가 탄생했다.

사이니지는 TV와 컴퓨터화면, 모바일에 이은 ‘제4의 스크린’으로 불린다. 10여 년 전만 해도 건물 외벽에 빔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가 화제를 모았지만, 이제는 농구장 4배 크기의 초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영상을 24시간 표출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광장에 선보인 가로 81m, 세로 20m의 곡면 사이니지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설치한 이 사이니지는 초고화질(UHD)의 두 배 해상도와 9000니트의 밝기로 광고 영상과 한류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사이니지는 인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도 있다.

LG전자 또한 코엑스 일대에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높이 26m의 건물 앞뒷면을 활용한 이 사이니지는 밝기가 1만 니트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건물 외벽 등 해외 곳곳에서 사이니지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LG전자도 매년 미국 전자쇼 CES에서 초대형 입체 조형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27.3%로 1위다. LG전자가 12%로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광고뿐 아니라 모빌리티 인포테인먼트, 홈모니터링, 디지털금융 등 관련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세계시장은 전년 대비 약 15% 성장했다. 올해 126억달러(약 15조4000억원)에서 2023년 152억달러(약 18조59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행인 얼굴을 카메라로 인식해 성별과 나이에 맞는 광고를 보여주는 사이니지 기술이 곧 상용화될 모양이다. 사인(sign·기호)에서 시작된 광고의 역사가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콘텐츠를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