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생의 성공
한 사람의 일생을 두고 볼 때 어느 시기가 가장 중요할까? 유소년, 청년, 장년, 노년. 모든 시기가 중요하고 시급하며 그 시기 나름대로 특성과 과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법 오래 살아본 사람의 식견과 안목으로 볼 때는 아무래도 노년의 삶이 가장 중요하지 싶다.

유소년과 청년의 인생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인생이 아니다. 부모나 집안 형편이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삶이다. 말하자면 타고난 자질이나 환경에 좌우되는 시기라 하겠다. 한 개인의 독자적인 인생이 아니고 부모의 인생과 연합된 인생이다.

그러기에 40세까지의 얼굴은 부모님이나 가정으로부터 타고난 얼굴이고, 40세부터가 자기가 만들어가는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길게 인생을 들여다볼 때 40세까지의 인생은 서툴고 설익은 인생이고, 그 이후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의 인생이라 하겠다.

사람은 좀 더 많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래 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반부에 서툴거나 실수한 것들을 참조해 후반부에 수정하고 보완하는 인생을 살 수가 있다. 어찌 처음부터 완전하고 흠 없는 인생이 있을까.

생각해보자. 어떤 인생이 진정 성공적인 인생일까. 인생의 전반부만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고, 그 이후의 삶이 그것에 못 미친다면 그 인생은 결코 성공적인 인생이 아니다. 오히려 전반부의 삶이 초라하고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더라도 후반부가 잘 풀려 좋아졌다면 그 인생이 오히려 성공한 인생이다.

그러므로 지금 젊은 시절을 사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조바심을 낼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일이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쯤 지그시 참고 기다리며 인내해볼 필요가 있겠다. 대신 나름대로 시도하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이라도 끝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결코 중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인생의 종착점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고 명예다. 돈이나 권력은 젊은 시절에 필요하고 한시적으로 중요한 것들이다. 항구적이고 초월적인 것은 사랑이고 명예다. 사랑과 명예는 인간의 수명 이후까지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나만 해도 그렇다. 나의 유소년 시절은 외롭고 가난했으며, 청년 시절은 고달프고 초라했다. 그렇지만 중년에 이르러 조금씩 좋아졌고 이제 노년에 이르러 나는 매우 편안하다. 그렇다고 내가 잘 산다거나 부자라거나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스스로 만족하면서 사는 삶이 정말로 좋은 삶이다. 젊은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나치게 조바심 내지 말자. 인생은 짧으면서도 길고 길면서도 짧다. 자기가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끝까지 가보자. 그러다 보면 인생의 끝부분에서 자기가 바라는 또 하나의 자기가 웃으면서 맞아줄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이 진정 인생 성공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