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공유경제 수난시대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떠오르던 공유경제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유경제 업체들의 주가와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인력 감축, 사업 철수가 잇따르다 코로나 사태까지 맞았다. 공간과 시설, 집기 등을 함께 쓰는 공유경제업체들에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서울지역 예약률은 연초 60%에서 지난달 말 10%로 쪼그라들었다. 에어비앤비용으로 쓰던 건물의 양도매물이 급증하고, 이를 청소하는 관리 공유업체들은 일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최근 미국 시애틀의 이용자가 6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사무실공유기업 위워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회사의 상징인 뉴욕오피스를 전격 폐쇄했다. 회사채 금리가 연 36%까지 치솟으며 부도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급기야 ‘큰손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주식 공개매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지라”며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손 회장은 이미 위워크에 185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입했다. 그런데도 제소를 당한 것은 그만큼 위워크의 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업계의 위기를 보면서 공유경제의 몰락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유경제의 수난시대인 것은 맞지만 산업 자체의 퇴조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한다.

공유경제산업이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올 2∼3월 이용 횟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67% 늘었다. 장갑 등을 착용하면 대중교통보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음식 배달이 늘어나자 공유주방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코로나 쇼크’가 크다고 해도 공유문화 자체가 활성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바이러스의 습격은 끊이지 않겠지만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합리적 소비 등 장점이 많은 공유경제 모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동선과 공간을 재분배해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비대면 기능과 관련 서비스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공유경제+고립경제’라는 멋진 변종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위기 속에서도 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