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쇼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에 대한 파격적 지원 방안을 내놔 주목을 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교역 위축으로 타격이 극심한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36조원이 넘는 무역금융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무역환경에 맞춰 ‘한국형 수출모델’을 확산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가겠다”고도 했다. 핵심 기업의 국내 유턴, 투자유치, 글로벌 인수합병(M&A) 활성화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수출기업들의 ‘돈가뭄’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세계 무역을 선도할 수출전략을 정립한다는 점에서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위기극복의 열쇠가 있다. 지금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라고 하지만 그때와 가장 큰 차이는 수출 덕에 경상수지가 흑자행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 국가가 입국제한 등 ‘차단벽’을 치는 바람에 소재·부품 공급망이 막히는 등 수출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등 수출 확대에 힘입어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동월 대비 39.9% 늘어난 6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4000억달러), 한·미 통화스와프(600억달러)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까지 더해져 외환시장 안정과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위기국면이 아니어도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코로나 충격에도 수출이 기업을 살리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수출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만큼 ‘코로나 이후’를 바라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 속에 입증된 ‘제조업 강국’의 경쟁력을 십분 살린다면 한국이 국제 무역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려면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를 혁파할 필요가 있다.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 세계 유례가 없는 고용·임금 경직성 등의 ‘족쇄’를 벗겨내야 할 것이다. 사태가 진정돼 수출이 폭증할 경우에도 기업들에 일일이 특별연장근로 허가를 받으라고 할 것인가.

이는 중국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미국·유럽 선진국 중에도 마스크를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가 수두룩하다는 현실이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필수소재인 필터 수입문제를 풀지 못했다면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로 나간 강소 제조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과감한 인센티브 지원과 함께 유턴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도 풀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경쟁국에 비해 코로나19 쇼크를 먼저 겪은 우리나라는 이번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본격화할 때 기회도 먼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큰 틀은 잘 잡은 만큼 이제는 디테일과 각론에서 수출기업들이 맘껏 뛰게 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