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킬러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나
‘킬러 리스크(killer risk)’란 말이 있다. 하나의 조직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뜻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같은 초대형 자연재해나 1997년 외환위기, 현재 진행 중인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이 킬러 리스크의 대표적인 예다.

경영활동에서는 △경제 위기와 연쇄 도산 △브랜드 가치 상실 △소비자 외면 △맨파워 상실 △금융기관의 지급 불능 사태 △사업 라이선스 상실 등이 킬러 리스크의 예다. 말 그대로 단 한 방에 사업 전체를 허물 수 있는 핵폭탄급 리스크다. 문제는 이런 킬러 리스크가 예전보다 다양한 형태로, 상당히 자주, 거대한 크기로 출현한다는 점이다.

킬러 리스크는 보험으로 처리 가능한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보험사는 대수의 법칙에 의거해 예상 손실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킬러 리스크의 경우 사고 발생 빈도 및 손실 크기 차원에서 충분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 확보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손실의 크기도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킬러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나
이처럼 보험 처리가 안 된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킬러 리스크는 비즈니스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특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이른바 위기관리 및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이 대표적이다.

킬러 리스크 중엔 발생 예측은 가능하지만 손실 통제가 극히 어려운 리스크가 있다. 사전에 예측이 힘들고 사후 통제가 전혀 어려운 리스크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변신이 필요하다.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이라고 했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한다. 새로운 리스크 관리는 창의성과 기술의 결합에서 기대할 수 있다. 보험시장과 자본시장 간 긴밀한 연계도 필요하다. 소위 리스크 관리의 ‘과감한 진화’가 필요한 것이다.

1970년대 이전의 리스크 관리는 보험 위주였다. 1973년 이후 변동환율제가 시행되면서 외환 리스크 관리가 모든 경제주체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에 부응해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재무 리스크 관리(FRM)가 크게 부각됐다. 1990년대 말부터 통합 리스크 관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가 등장했다.

이처럼 시장 환경의 변화와 시장 자체의 요구에 부응해 리스크 관리 기법도 진화해 왔다. 앞으로 리스크 관리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까. 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 중요한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