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中의 한국인 입국제한에 침묵하는 외교부
“중국 칭다오는 25일부터 웨이하이공항에 도착하는 국제선 항공기의 모든 승객에 대한 검역을 하기로 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지난 25일 오후 2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관련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 현황’에 게시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6시간 만에 해당 내용은 삭제됐다.

웨이하이공항 당국은 이날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50분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7C8501편 승객 167명을 예고 없이 전원 격리했다. 167명 중 한국인은 19명이었다. 중국이 한국에서 온 입국자를 강제 격리한 첫 사례다.

중국 지방정부의 ‘사전 공지 없는 조치’는 계속 이어졌다. 랴오닝성 선양은 한국에서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건강신고서를 작성하고, 중국 내 지인과 통화해 신원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장쑤성 난징과 지린성 옌지에서도 강제 격리 등 비슷한 조치가 시행 중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베이징과 상하이 역시 코로나19의 외부 역유입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한국에서 온 외국인에게 14일간 격리를 요구했다.

반면 우리 국민이 사전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중국에서 발이 묶이는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한국 외교부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 중이다. 강 장관은 현지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중국 지방정부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게 1차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대응을 상당히 자제해왔는데, 중국도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도록 계속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억류 중인 상황인데도 외교부 수장은 남의 나라 일처럼 말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구나 외교부는 중국에 공식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을 적극 추진한다”고 강조할 때와는 달리 매우 소극적인 태도다. 외교부의 26일 해명도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교부 측은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지방정부에 (한국인 격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한국인 입국제한 현황 자료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웨이하이공항 관련 내용이 사이트에서 사라진 이유와 관련해선 “은폐가 아니다”란 말만 반복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청사로 불렀다. 싱 대사는 청사에 들어서면서 “일부 지방정부에서 하는 조치는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한 게 아니다. 양해하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초치에 가까웠지만 이날 싱 대사의 표정은 여유만만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던 시 주석의 발언이 공허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