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동네북 자초한 '뒷북 정부'
“늑장 대응에 뒷북 대책으로 허둥대다 이 지경이 됐다. 지역사회 감염 사태가 속출하고 육·해·공군까지 뚫렸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도 개학을 코앞에 둔 어제서야 “자체 코로나19 대응조직을 장관 중심의 ‘대책본부’로 확대·개편한다”며 ‘뒷북’을 쳤다.

진료 시스템에는 구멍이 뚫렸다. 일선 의료진은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거부해 환자를 놓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전담병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으면 확진자가 한 번 다녀갈 때마다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전국 의료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타이밍이 중요한 부동산 대책도 ‘뒷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매번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2년 반 사이에 ‘19번째 대책’까지 내놨다. 당국은 ‘핀셋 규제’라고 자찬하지만 병이 도진 후에야 핀셋을 들고 뛰는 격이다. 이번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반대하는 통에 결정이 더 미뤄졌다. 정치가 경제를 흥정물로 삼는 동안 집을 가진 사람이나 내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나 모두 ‘잠재적 투기꾼’이 됐다. 10~2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주택정책은 실종됐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불만도 크다. 정부가 ‘규제’는 열심히 하지만 정작 중요한 ‘중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타다는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로펌으로부터 법률 조언을 받고 국토교통부 실무자도 만났지만 ‘불법 논란’에 휩싸여 진을 빼고 말았다. 정치권은 ‘타다 금지법’까지 내놓으며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이달 발표한 2차전지 육성계획 역시 허울 좋은 ‘뒷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차세대 전고체전지’ 분야 주도권이 이미 일본으로 넘어가 기술 추격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리스와 재사용 분야도 10년 전부터 전문 기업을 육성해온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한국은 ‘코로나 감염 다발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입국제한 대상국이 됐다. 국민 안전뿐 아니라 경제 분야까지 나라 안팎으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 ‘뒷북’의 대가는 비싸다. 청구서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