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 확산하면서 사회 전반의 불신과 불안도 빠르게 고조되는 모습이다. 중국 내 확진 환자가 1만 명에 달하고, 국내 첫 2·3차 감염자가 나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데다 감염 경로와 바이러스 정체조차 완전히 규명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위축감을 호소하고 있다.

‘OO지역 확진자 발생’ ‘바라만 봐도 감염’과 같은 괴담 수준의 정보가 어김없이 등장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혼란을 더하는 양상이다. ‘긴급’ ‘폭로’ 등의 딱지를 붙이고 SNS·유튜브 등에 돌아다니는 미확인 루머를 접하고 나면 ‘설마’하면서도 심란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유언비어가 난무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공포는 지금이 훨씬 더 크다. 사스·메르스 때는 외식을 배달로 대체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조리·배달 과정이 오염될 수 있다며 외부 주문도 자제할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SNS 등 매체환경이 더 업그레이드된 때문이지만 여러 차례 사태를 겪고도 달라지지 않은 뒷북·밀실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낙인효과와 차별을 막기 위해서라며 감염자·유증상자·장소 등의 정보를 숨기는 데 급급하다 보니 지역 내 커뮤니티사이트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래도 보건당국에서 일체 확인이 없으면 루머는 삽시간에 괴담 수준으로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불투명한 행정이 패닉을 부른다는 사실은 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의 현 상황이 잘 보여준다. 중국 보건당국은 ‘지역 내 2차 감염’이 이미 한두 달 전에 시작됐음을 인지하고도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축소·은폐에 매달리다가 감당 못할 엄청난 사태를 자초하고 말았다.

확진자 속출 등 심상찮은 사태가 전개되자 정부는 “절실한 시기가 다가왔다”며 지역 내 감염 방지를 위한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상황이 달라졌음을 인정한다면, 대응 방식도 당연히 지금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전 방식에 대한 관성적인 고집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의 정보공개와 투명행정을 적극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85명의 확진 환자와 38명의 많은 사망자를 내고 217일 만에 종식된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WHO 합동평가단이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춘 것이 초기 방역 실패를 불러왔다”고 평가한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산·진천 주민들이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도 불구하고 전날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의 지역 내 격리 수용을 대승적으로 결단한 데서 보듯이 국민 의식도 한층 높아졌다. 악성 바이러스 못지않은 큰 후유증을 남길 불신과 불안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책임·투명행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