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분쟁 1차 합의로 훈풍이 불던 글로벌 시장에 ‘우한 폐렴’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주요국 증시는 우한 폐렴 공포가 본격화된 지난주부터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고, 국제유가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어제도 큰 폭의 약세를 보이며 3거래일간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원·달러 환율도 이번 주에만 15원 넘게 치솟았다.

우한 폐렴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병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 정부는 춘제(설) 연휴기간을 2월 2일까지로 늘린 데 이어 주요 공장에 추가적인 조업 중단을 지시했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물론 철도 등 중국 내 이동 수단 운행도 대폭 줄었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물론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우한은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쑤저우시 역시 삼성전자와 존슨앤드존슨 등의 공장이 있는 글로벌 제조업 허브 중 하나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원자재 수급부터 물류, 생산, 공급까지 전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영국은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단행한다. 영국이 올해 말까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가 한국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지만, 또 다른 불확실성이 추가되는 게 문제다.

불확실성은 드러난 악재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주요국의 성장 둔화가 예고된 마당에 우한 폐렴과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추가되면 글로벌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미·중 무역분쟁보다 더 큰 충격파가 올지도 모른다. 정부는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총선 포퓰리즘과 북한 관광 따위에 한눈 팔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