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만 해도 주택용의 절반 정도였던 산업용 전기요금이 비싸진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택용에 대해서는 누진제 완화 등 지속적인 요금 인하에 나서면서도 집단 저항이 적은 산업용 요금은 올리거나 인하를 억제한 탓이다. 전기요금 체계에까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몰아친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탈(脫)원전 등으로 인한 한국전력의 막대한 영업적자를 메울 카드로 산업용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석한 각국 전기요금 체계를 통해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 53.6%, 프랑스 55.9%, 독일 43.7%, 영국 62.5%, 일본 69.3% 등인 데 비해 한국은 87.1%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게다가 미국 중국 등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왔다.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국제 흐름과 반대로 가져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 전기 소비가 공장 가동률 하락 등 경기 부진으로 역대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향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큰 부담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전력수요 전망에도 역행한다. 국내 기업들의 한국 탈출을 부추길 뿐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도 부정적이다. 정부는 또 하나의 자해 정책이 될 전기요금 체계 왜곡을 즉각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