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식 여론 해석에 기댄 정부 여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 도를 넘고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컸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연말 힘으로 밀어붙이더니, 설마설마하던 검찰 고위간부진 인사까지 군사작전하듯 마무리지었다. 하나같이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는 중대 문제들임에도 최소한의 논의조차 실종된 탓에 ‘독재’ ‘폭거’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가 기습 발표한 검사장급 인사는 내용과 절차에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조국 비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진행 중인 청와대 관련 수사 책임자들이 대거 좌천된 것은 ‘보복성’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전직 검찰총장이 ‘대학살’이라고 평할 만큼 노골적이라 그간 정부가 강조한 ‘공정’이 ‘정권에 대한 복종’을 말한 것인지 허탈할 지경이다. “수사방해용 인사”라는 검찰 반발과 “어느 정권도 검찰을 이렇게 탄압하지는 않았다”는 야당 비판을 억지라 할 수 있겠는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정하도록 한 검찰청법의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반박했지만 권한행사 방식에서도 당연히 적법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이 제 명(命)을 거역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지만,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결원을 충원하는 인사였다”면서 대검 검사장급 8명 중 7명을 물갈이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 예산안과 공수처법·선거법 처리 때도 여당은 교섭단체 간 협의를 명시한 국회법 규정과 관행을 경시했다. 제1야당을 따돌린 채 군소정당들과 ‘4+1 협의체’를 구성해 중대 법안들을 통과시킨 것은 법적 논란을 떠나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다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와도 분명히 배치된다. 더 이상의 분열과 독단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