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20’에서 미래 신산업으로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를 들고나왔다. 개인용 비행체를 통해 도심 하늘길을 열고 땅 위에선 개인별 맞춤형 이동수단을 활용해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떠올리던 이런 서비스를 2028년부터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점은 더욱 놀랍다. 불과 10년도 안 남은 미래에 주력사업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모했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제조회사가 자동차 아닌 비행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을 향해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파격’에 도전한 것은 4차 산업혁명 물결을 타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숨가쁜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도요타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을 결합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다. 자율주행차 부문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구글 등 정보기술 업체들까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분야는 약간 다르지만 삼성전자가 CES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결합한 ‘반려봇’ 등 신개념 로봇을 선보인 것도, LG전자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로봇청소기를 내놓은 것도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이 사활을 건 승부에 나서고 있는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얼마나 진지하게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글로벌 경쟁은 국가 간에도 매우 치열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정치권은 온통 총선에만 매몰돼 나라의 미래를 망칠 게 분명한 정책과 정치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입법도, 예산편성과 집행도 선거에서의 유·불리 계산만 보인다.

기초연금과 노인 단기 일자리 등 선심성 현금 뿌리기에 들어가는 복지예산만 올해 총예산 512조원 중 180조원에 달한다. 세금으로 현금을 지급받는 국민이 1200만 명을 넘었고, 현금 복지 종류만도 2000종에 육박한다. 경기부양이라는 명목으로 올 상반기에만 예산의 62%를 집행키로 해 하반기 재정 절벽이 우려되는데도 “우선 쓰고보자”는 식이다.

세금이 덜 걷히자 60조원이 넘는 적자 국채까지 찍어가며 돈을 뿌려댄다. 국가채무가 70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지만 여당이나 정부 내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는 거의 안 들린다. 이렇게 불어난 빚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이며, 향후 국가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음에도 ‘졸면 죽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혁신과 변신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 삼성 LG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잘못하면 망하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치열함이 없다면 국가도 마찬가지다. 남미 여러 나라와 그리스 등이 그렇게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