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펭수'와 글로벌 브랜딩
교육방송(EBS) 캐릭터 ‘펭수’ 전성시대다. 펭수의 유튜브 구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를 활용한 이모티콘, 문구, 잡지 등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인의 대통령’으로 부상한 이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일까.

펭수는 남극 ‘펭’ 씨에 빼어날 ‘수’를 쓰는 열 살짜리 자이언트 펭귄이다. 스타를 꿈꾸며 인천까지 헤엄쳐 온 EBS의 막내 연습생이다. 그런데 이 친구 참 특이하다. ‘님’자도 안 붙이고 사장 이름을 마구 부르거나 “남친도 여친도 없다”며 성별 이분법을 거부한다. 재밌는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다. 귀엽고 계몽적인 캐릭터가 아닌데도 그의 외모와 철학에 열광한다.

전문가들은 반복 구매를 넘어 고객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21세기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 기반에는 경쟁자와 명확하게 다른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펭수는 ‘펭수스러움’을 바탕으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면서 첨단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넓고 멀리 퍼지는 브랜딩이 아니라 좁고 깊게 들어가는 브랜딩으로 성공한 것이다.

글로벌 브랜딩 또한 다르지 않다. 77억 세계 인구의 다양한 니즈(욕구)는 오히려 기회다. 소비자를 0.1명 단위로 세분화하는 아마존과 1위안짜리 광고도 가능하다는 알리바바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행동 패턴을 분석해 판매자의 세부 타기팅을 지원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세계 구석구석의 개별 소비자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최근 무역협회의 중소기업 해외직판 사이트 ‘케이몰(Kmall)24’에 올라온 제품 중에서도 ‘좁고 깊은’ 글로벌 브랜딩의 좋은 사례가 있다. 팔씨름 운동기구라는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는 브이아트는 올해 5월 케이몰24에 입점했는데 6개월 만에 25개국 수출에 성공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량 수입하겠다는 바이어도 나타났다. 브이아트는 대표의 철학을 투영한 자체 브랜드에 ‘조소를 전공한 예술가이자 팔씨름 선수가 만드는 훈련기구’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고수하며 바이어와 만나고 있다.

올해 우리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3분기까지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작년 이맘때보다 55% 증가한 4조1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실적을 넘어섰다. 많은 제품이 글로벌 팬들의 깨알 같은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 되면 내년에는 ‘나다운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