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동향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2조2148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 비중 축소를 앞두고 관련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 외국인 매도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MSCI 비중 조정은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증시 주변에는 워낙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이유를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가 유예됐지만 향후 전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중 무역협상 전개 결과와 홍콩인권법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 여부도 큰 변수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기업실적도 걸림돌이다. 3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3% 줄어 네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데다 무디스는 내년 한국 기업 전 업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10월 산업생산이나 한국은행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 결과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증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와중에 한·미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문제 등 안보 이슈까지 계속 불거진다면 외국인들은 한국에 계속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최장기간 연속 매도를 한 것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9일까지로, 13거래일 동안 2조377억원어치를 팔았다. 당시 주가는 4.8% 떨어졌다. 지소미아 유예 등으로 이번주 증시는 반짝 반등할 수도 있다.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무엇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을 외면하게 하는지부터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