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라곤 vs 카스티야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州)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이 분리독립을 시도했던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지도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이에 반발한 카탈루냐 주민들이 공항·철도를 점거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에도 찬반 세력이 잇달아 충돌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지역경제 격차와 이질적인 문화 때문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영토의 6%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전체의 20%에 이른다. 세금 비중도 가장 높다. 이곳 사람들은 “중앙정부가 우리의 혈세를 다른 지방에 퍼 준다”며 2014년 이후 끊임없이 독립을 주장했고, 스페인 정부는 반대하고 있다.

양측 대립의 이면에는 오랜 역사 갈등이 깔려 있다. 카탈루냐 지역은 아라곤 왕국을 이어받았고 다른 지역은 카스티야 왕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카탈루냐는 18세기 초까지 독립된 왕국이었다가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 의해 1714년 9월 병합됐다. 두 지방의 문화와 언어도 다르다. 카탈루냐어는 스페인어보다 프랑스어에 더 가깝다.

카탈루냐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자신을 카탈루냐인이라고 여긴다. 어릴 때 카탈루냐어를 먼저 배우고, 스페인 국기 대신 카탈루냐 주기를 게양하며 성장한다. 이곳 프로축구팀 FC 바르셀로나 스타디움에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축구경기를 벌일 때는 전쟁하듯 흥분한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국경 너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이자 영국 3대 도시인 글래스고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자”는 구호와 함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스코틀랜드 깃발과 유럽연합 깃발을 함께 흔들었다. 시위 현장에는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꿈꾸는 카탈루냐 깃발도 펄럭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사설에서 “징역형으로는 카탈루냐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화를 통해 정치적 분열을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말처럼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카탈렉시트(Catalexit·카탈루냐의 분리독립)’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든 궁극적인 문제는 삶의 근원인 ‘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