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트럼프 리스크'
“‘트럼프 리스크(risk·위험)’가 결국 피를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감행한 지 이틀 만에 터키가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년간 1만여 명의 전사자를 감내하며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운 ‘쿠르드 동맹’을 미국이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들은 군사적인 파트너를 이렇게 쉽게 버리는 트럼프 정부와 협력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서도 “트럼프의 즉흥적인 스타일과 예측불허성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들이 ‘트럼프 리스크’를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는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북 정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엄청난 돈 낭비”라고 비판하며 터무니없이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해도 딴청을 부리면서 동맹보다 북한 편을 드는 것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그 사이에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탄미사일(SLBM)까지 쏘아댔다.

경제 분야의 타격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이슈’를 누르기 위해 무역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의 경기침체 신호인 장·단기 수익률 역전폭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인상’을 번갈아 외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역할을 줄이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면서 외교·경제·안보 분야의 리스크를 동시다발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넘어 ‘트럼프 포비아(phobia·공포)’를 걱정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의 동맹은 26개국에 이르지만, 우리나라 동맹은 미국밖에 없다. 세계가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나서는 동안 우리는 대통령 측근 한 명을 두고 두 달 넘게 소모적인 편싸움만 벌이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