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저물어가는 공채시대
대규모 정기 공채(공개채용)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은 한국과 일본의 오랜 전통이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똑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뽑아 키워 쓴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입사원 일괄채용 대신 필요한 인재를 바로 뽑아 쓰는 수시·상시채용 방식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고 산업이 첨단·전문화된 영향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부터 대졸 신입사원을 직무 중심의 상시채용으로 뽑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융합형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위해서다. SK그룹도 내년부터 공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시·상시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LG·신세계·두산그룹 역시 계열사별 수시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채용 방식이 공채와 수시를 병행하는 ‘투 트랙’을 거쳐 수시채용으로 수렴될 것”이라며 “취업 준비도 ‘어느 기업’보다 ‘어떤 분야’에서 일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말한다. 면접 또한 ‘분명한 1순위 직무 설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공채시대’가 저물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채용 인원의 30%를 경력직 수시채용으로 충원할 방침이다. 대상자는 인공지능(AI)과 화상인식 등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인력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경력직 채용 비율을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혼다는 올해 채용 인원의 40%에 달하는 660여 명을 경력직으로 뽑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급여를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 체계로 변환한다고 한다.

이 같은 채용 변화는 입사 전형 방법까지 바꾸고 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을 대신해 영상 촬영물을 통한 ‘자기PR 동영상 전형’, 앱을 이용한 ‘AI 면접’ 등이 등장했다. 구글 같은 서양 기업들도 분야별 인재를 확보할 ‘맞춤형 채용’ 기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첨단기술시대에는 ‘누구를, 언제, 어떻게 뽑느냐’만큼이나 ‘누가, 언제, 어디에 쓰이느냐’도 중요하다. 연공서열식 채용이 줄고 수시·경력채용이 늘어나는 시대에 맞춰 각자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은퇴한 뒤에도 “평생채용 대상으로 모시겠다”며 서로 탐내는 그런 인재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