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더 내고 더 받는' 복지사회의 함정
2019년 직장인 월급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92%다. 100만원을 벌면 8만9200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비중은 앞으로 20~30년 내에 두 배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우선 국민연금 요율은 18%(근로자 부담 9%)까지 오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소득 대체율이 40%지만, 9%인 요율을 올리지 않으면 2056년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당국자는 소득 대체율을 50%까지 올리려면 국민연금 요율이 17~18%까지 올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유럽 복지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연금 요율”이라며 “수십 년씩 기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들어온 돈이 수개월 내에 수급권자들에게 바로 뿌려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율은 국민연금보다 좀 더 이른 시일 내에 최대 12%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6.46%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가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건강보험료율의 인상폭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8%까지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건강이 전반적으로 개선된다는 낙관적인 가정에 따른 예상치다. 그는 “건강보험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요율이) 10%를 넘길 수 있다”며 “일본 등 선진국은 소득의 12%까지 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합쳐 요율이 30%까지 오르면 근로자는 이 중 절반인 월 수입의 1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고용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가 쭉 동결되더라도 4대 보험료로 빠져나갈 돈은 급여의 17%에 이른다. 여기에 소득세까지 더하면 월급의 4분의 1을 조세 및 준조세로 내야 하는 셈이다.

물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강화되는 만큼 사회적 안전망도 튼튼해질 것이다. 질병과 실업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사회가 실현될 수도 있다. 대신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혁신과 일의 성취를 통한 인센티브도 감소해 국가 간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4대 보험료 부담이 적었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격차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4대 보험료 인상은 단순히 복지 강화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재조정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전망과 비용 추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은 과연 어떤 형태의 미래를 원하는지 공개적으로 토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