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앞둔 트럼프 잇단 요구
무역전쟁 불확실성 상쇄 기대
Fed, 공격받아도 중심 지켜야"

배리 아이컨그린 < 美 UC버클리 교수 >
[해외논단] 美 Fed, 정치적 중립 의무 다해야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최근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협조하지 말라”고 중앙은행(Fed)에 요구해 각계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더들리 전 총재는 지난달 한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정책 등에서 나쁜 선택을 하고 있다”며 “Fed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결과는 Fed가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썼다.

더들리 전 총재의 논리는 분명하다. 무역전쟁의 책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어느 한쪽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무역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반대급부도 잘 안다. 관세 협박이 미국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친다는 점이다. 이런 부작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타격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성장 둔화세를 줄일 수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은 거리낌없이 중국에 대한 무역 공격을 이어갈 것이다.

관건은 Fed가 “명확히 알릴 것”이 무엇이냐다. Fed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정책 때문에 Fed가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무역전쟁 등이 계속되는 와중에 물가 상승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고용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Fed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해 알릴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따른 거시경제 여파 전부를 Fed 정책으로 상쇄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일부를 없앨 수 있을 뿐이다. 이런 한계는 현재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와는 큰 상관이 없다. 그 이유는 무역전쟁이 격화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한 투자 결정이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이 갑작스레 끝날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무역갈등을 예상해 미국 내에 투입된 투자는 자칫 ‘값비싼 실수’가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투자를 미루게 되기 십상이다.

더들리 전 총재는 기고문에 “Fed는 자신들의 결정이 2020년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Fed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도발적인 언사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더들리 전 총재는 “Fed가 대선에서 어느 편을 들라는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Fed의 정책이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한 책임은 Fed에 있다. Fed가 현재 임박한 경기 불황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내린다면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Fed가 ‘비정치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것이 맞을까. Fed의 경제 현황 보고나 정책이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내용을 얼버무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향후 경제를 전망하고 그에 따라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게 Fed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치적 공격을 받거나 불편을 겪는 것은 Fed가 응당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더들리 전 총재의 주장은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Fed가 정치적 논쟁 한복판에 들어가길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과 무역정책이 미국 경제에 상당한 리스크를 주고 있다. 지금 Fed가 당장의 평판에 흠이 갈까봐 몸을 사린다면 장기적으로 신뢰성에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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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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