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의 총선 전망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은 정치의 본고장 서여의도(서울 여의도공원의 서쪽)뿐 아니라 금융투자회사가 밀집해 있는 동여의도(동쪽)에서도 최대 관심사다. 결과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기존 정책의 변화나 강화는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반도체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중 일부가 “반도체 업황의 흐름만 놓고 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1%에 달했다.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국내 경기가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어 ‘반도체 업황=경기지표’로 인식된다. 이런 반도체 업황이 내년 총선 이전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도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총 7조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6% 급감했다.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의 빛도 들고 있다. 재고보다 출하량이 더 많아지는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도체 출하 증감률에서 재고 증감률을 뺀 ‘반도체 출하-재고 사이클’은 4월 -14.5%에서 5월 11.6%, 6월 9.9%로, 두 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2018년 1월 이후 18개월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게 반도체 업황”이라며 “경기지표 역할을 하는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어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4분기엔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예상대로 올해 말 경기가 ‘바닥’을 찍고 내년 1분기 회복세로 접어든다면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대형 호재가 될 것이란 논리다.

물론 이런 관측이 맞아떨어지더라도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업황 분석에 근거한 총선 전망의 기저엔 ‘경제가 민심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요즘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관련 논란 같은 비(非)경제 분야의 악재가 더 튀어나온다면 판세가 크게 흔들릴지 모른다.

오직 반도체만 놓고 보더라도 여당이 승리하려면 업황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대로 흘러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불확실성은 최대한 빨리 제거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 회복보다 반일(反日)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최근 정부와 여당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으면,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 일색의 정책이 여당에 부담 요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총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여당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연내에 여러 정책 전환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과연 그렇게 될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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