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양성평등의 긍정 효과
올해 세종대에 입학한 학생 2300명 중 61%는 남학생이고 39%는 여학생이다. 세종대의 예전 이름은 수도여자사범대학이다. 본래 교사를 전문 양성하는 여자대학이었지만, 1979년 세종대로 개명한 뒤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현재 재학생 중 이공계 비율은 70% 정도다. 공대 중심 대학이 됐지만 여학생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내가 직접 지도하는 토목과를 비롯해 공대에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만 해도 공대 내 여학생 비율은 3%도 되지 않았다.

양성평등이 기업 활동에 이익이 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초기 단계에는 경영 성과가 좋지 않지만, 여성 임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남성 중심적 이사회보다 성과가 좋다고 한다. 남성 중심의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조직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임원이 증가하는 초기에 성과가 나빴다가 이후 다시 좋아지는 현상을 ‘크리티컬 매스 이론(critical mass theory)’이라고 한다. 사회 시스템이 자생할 수 있도록 변화하려면 적당한 ‘규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피터슨연구소는 상장기업 2만 개를 조사한 결과, 임원 직책에서 여성의 비중을 30%까지 높일 때 회사 수익이 15% 증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양성평등은 전 세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저자 톰 피터스는 “의사결정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을 닮지 않으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 조직이 남성과 여성 소비자 모두를 공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양성평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계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여성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3년간 세종대에 입사한 직원의 남녀 비율은 거의 같다. 대학 교직원은 공무원처럼 매우 안정적인 직업이어서 입사 경쟁률이 치열한 편이다. 평균 경쟁률이 30 대 1에 육박하지만 입사자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과 기업에서 남녀 차별은 거의 없어졌다.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다는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에서도 최근 수석졸업생은 대부분이 여학생이다. 남성과 여성의 양성평등이 더 보편화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