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7년 만에 '잭팟' UAE 유전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개발에 뛰어든 지 7년 만에 ‘잭팟’을 터뜨렸다.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올해부터 2042년까지 총 62억달러(약 7조2300억원) 규모의 원유를 확보하게 됐다.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해협을 통하지 않고 국내로 들여올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유전의 매장량은 2012년 계약 체결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 민간기업의 진출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유전 개발에는 탐사권리를 확보하는 초기 단계부터 유전을 평가하고 생산을 준비하는 개발 단계를 거쳐 양산까지 10년 안팎이 걸린다.

자원 개발에 24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최근 채광을 승인받은 호주 와이옹탄광은 1995년 이후 탐사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24년이나 소요됐다. 광물공사는 이 탄광에서 2051년까지 연 500만t가량의 발전용 유연탄을 캐낼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호주 프렐류드 사업의 액화천연가스(LNG)도 오랜 과정을 거쳐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LNG는 4045만t으로 전년보다 17.3% 늘었다. 수입액은 232억달러(약 25조9074억원)로 1년 새 48.6%나 늘었다.

해외 자원 개발 낭보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의 마음은 편치 않다.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한 자원 개발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공기업 3사가 잇단 실태 조사를 받았다.

그 사이 일본은 지난해 1000억엔(약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자원 공기업과 민간회사들의 사업을 지원했다. 미쓰비시는 러시아 사할린 유전·천연가스전 개발에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도 해외 광산 개발에 연간 800억달러(약 93조원)를 투입하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에는 오랜 기간과 전문적인 기술 및 경험이 필요하다. 위험도가 높고 투자비 회수 기간도 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요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10~20년 걸리는 국가 에너지 사업을 5년짜리 정권이 뒤집어서는 또 다른 ‘잭팟’이 나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