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기업의 성패, 지식근로자에 달렸다"
“다음 사회에서는 지식근로자가 지배적 집단이 될 것이다. 기업의 성공과 생존은 그 회사가 보유한 지식근로자의 성과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1909~2005)에게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는 일생의 화두였다. 그는 1959년 《내일의 이정표》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뒤 평생에 걸쳐 저술과 강연을 통해 ‘지식사회’의 도래와 ‘지식근로자’의 등장을 설파했다.

2002년 출간된 《넥스트 소사이어티(Managing in the Next Society)》 역시 지식사회 이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식근로자의 시대’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사회를 이끌 변화의 동력을 다각적으로 탐색했다.

드러커가 예측한 다음 사회의 특성은 지식근로자의 급부상과 제조업의 쇠퇴, 인구 구조 변화로 요약된다. 그는 다가올 사회의 진정한 자본은 돈이 아니라 지식이며, 지식근로자가 사회의 주도 세력이 될 것으로 봤다. 또 지식근로자를 자본가로 규정했다. 핵심 자원이자 생산수단인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지식근로자들이 연금기금과 투자신탁기금 투자를 통해 기업의 주주가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진정한 자본은 돈이 아니라 지식"

드러커는 “지식사회는 상승 이동이 실질적으로, 무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최초의 인간사회”라고 단언했다. 국경이 없고, 누구나 쉽게 지식을 획득할 수 있지만,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지식사회를 가속화할 원동력은 정보기술이다. 드러커는 전통적인 지식근로자 외에 컴퓨터 기술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지식기술자(knowledge technologist)’가 뚜렷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러커에 따르면 산업혁명을 일으킨 진정한 힘은 증기기관의 발명이 아니라 철도였다. 그는 “철도는 새로운 경제의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리(mental geography)’를 급속히 변화시켰다”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이동 능력을 갖게 됐고, 시야가 세계로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정보혁명도 컴퓨터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발달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그는 “컴퓨터의 등장은 수많은 프로세스를 정형화해 시간과 비용을 줄였지만 프로세스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며 “반면 전자상거래는 경제, 시장, 산업구조, 유통, 소비계층, 직업과 노동시장 등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철도가 창조한 새로운 심리적 지리가 지리적 차이를 극복했다면, 전자상거래가 창조한 심리적 지리는 거리라는 개념을 아예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전자상거래로 인해 단 하나의 경제, 단 하나의 시장만 존재하게 됐다”며 “기업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러커는 제조업의 쇠퇴와 보호주의 강화도 예견했다. 산업혁명 이후 끊임없이 부와 일자리를 늘려왔던 제조업의 지위는 농업처럼 빠르게 추락할 것으로 봤다. 제조업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국내총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제조업 쇠퇴는 보호무역주의와 경제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 기적’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세계 경제는 이런 길을 걷고 있다.

"CEO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

인구 구조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미래다. 고령 인구의 증가와 젊은 인구의 감소는 선진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드러커는 “인구 변화가 초래할 가장 큰 영향은 동질적 사회와 시장을 분열시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카콜라 등을 성장시켰던 젊은 층 주도의 동질적 대량시장이 쇠퇴하고 다변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인 인구가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의 주류 문화를 이끄는 계층도 청년층에서 노년층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측했다.

드러커는 지식사회에서는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이 회사의 중심적인 경영 과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봤다. 지식근로자의 지식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옛 소련 경제를 몰락시킨 것은 자본의 생산성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아무도 자본의 생산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식에 기초한 기업들 역시 자본 생산성, 즉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게 드러커의 주장이다.

다음 사회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명의 경영자가 모든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은 불가능해졌다. 드러커는 서로 독립적이고 대등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총괄하는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지식을 부의 창출요소로 활용하는 지식근로자를 이전의 근로자 다루듯이 대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지식근로자들은 자신을 ‘종업원’이 아니라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미래를 향한 기업의 CEO는 모든 변화에 주목하고 변화의 현상을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정한 변화이고 새로운 것인가, 단순한 유행은 아닌가 항상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안하고도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조직의 경영은 기본적이고도 예측 가능한 추세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기본적 추세들이 모여 다음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양준영 논설위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