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당수 경영학자는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고용 부진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대한경영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하반기에 노동유연성 확대와 신산업 육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웃돌았다. 또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국가채무비율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분야에 쓰여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하반기 경기침체·고용부진 심화…정부, 노동유연성 확대해야"
“최저임금 동결해야” 54%

한국경제신문은 대한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기·산업 동향과 기업 경영환경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회원 5000명 중 경영 분야 교수와 연구 담당자 등 116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시행했다.

하반기 경기 전망을 묻는 항목엔 ‘하강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답이 73.3%에 달했다. ‘하반기를 저점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답은 23.3%, ‘본격적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투자가 얼어붙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하반기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산업·경제 정책’을 묻는 항목엔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19.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신산업 육성(18.1%), 규제개혁(17.2%), 내수 활성화(13.8%), 불공정거래 개선(12.1%), 수출 확대 지원(8.6%)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묻는 항목에 대해서도 노동유연성 확대 및 노조의 불법행위 엄단이 31.9%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규제 혁파 등을 통한 혁신성장 지원(18.1%)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12.1%)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11.2%) 등의 순이었다.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선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68.1%가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이 중 절반가량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국가채무비율을 묻는 항목에도 58.6%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재정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할 분야는 혁신성장(49.1%)이라는 답이 절반에 육박했고 일자리(19.0%), 사회간접자본, 교육(각 8.6%), 복지(6.9%) 순이었다.

이달 결정을 앞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동결해야 한다’가 54.3%로 절반을 넘어섰다. ‘3% 이하가 적정하다’는 의견은 16.4%로 2위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5년간 평균 인상률(7.5%)이 적정하다’는 11.2%, ‘5% 안팎이 적정하다’는 8.6%였다.

“다중대표소송 악용 가능성도” 55%

경영학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의 전면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36.2%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과 연기금의 독립성을 확보한 후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29.3%는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기업의 위법 행위에 따른 주주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답은 31.0%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사안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에는 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임명제한 강화(2년→5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사외이사 자격 요건 강화에 대해선 68.1%가 ‘경영진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봤다. ‘이사회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28.4%였다. 전자투표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56.0%로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대해선 55.2%가 ‘악용가능성이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주주 의결권 강화를 위해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답은 42.2%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