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데스크 시각] 중국의 패권전쟁 속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확신하는 듯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수록 중국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지도층 역시 미국이 두 번의 ‘투키디데스 함정’을 잘 헤쳐왔듯이 이번에도 중국을 제압하고 패권국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앞선 두 번의 패권전쟁은 옛 소련과의 체제전쟁과 일본과의 경제전쟁이다.

소련 제재도 이겨냈다는 중국

미국이 중국을 누를 것이라고 보는 근거에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꽤 차이나는 경제력이다.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약 60%다. 1985년 플라자합의를 할 당시 일본 경제 규모도 대략 미국의 60%였다. 게다가 중국의 무역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규모 비율)는 30%대 중반으로 20% 정도인 미국보다 훨씬 높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도 갖고 있고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한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은 중국이 미국의 다섯 배 정도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볼까. 최근 중국 유력 매체의 간부들로부터 중국의 시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국무원 직속인 그 언론사의 경영진 및 논설실 책임자급과 토론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중국으로선 대국(大國)과의 싸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 1950년대 말 시작돼 1980년대까지 이어진 옛 소련과의 갈등도 극복해냈다는 것이 그들의 인식이었다.

중국은 1950년대 말 국방 자립을 위해 원자폭탄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자 소련은 중국에 보냈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복귀시키고 기술 이전을 중단했다. 하지만 중국은 1964년 첫 원자폭탄 실험을 강행했다. 중국 언론인들은 소련이 다른 제재까지 가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공산주의 노선 갈등과 영토분쟁까지 겹쳐 국경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중국이 이길 것이란 신념

중국 언론인들은 미국과의 이번 싸움에서도 장기적으로 이길 것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중국인 몸속에는 생존 본능이 심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 5000년 동안 온갖 굴곡이 있었지만 중국이 살아남았다는 데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반면 미국에 그런 DNA가 있느냐고 물었다. 역사도 200년 남짓이고 전쟁에서 지거나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얕은 수단’으로 압박하면서 중국을 오히려 단합시키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그간 자유무역의 수호자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순간에 미국적 가치를 저버렸다고 그들은 비판했다. 중국에도 친미 인사들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돌아섰다는 게 그들의 판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껏해야 6년밖에 더 하겠냐는 계산도 하고 있었다.

중국 언론사 간부들은 중국이 상당히 준비돼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론 미국의 제재로 고통받겠지만 결국 중국이 살아남으면서 이길 것이라고 봤다. 그들은 중국을 마라토너, 미국을 100m 단거리 육상선수로 여기는 듯했다. 이들은 대중을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 같았다. 8000만 명의 공산당원이 중심이 되면 14억 명의 중국이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보는 게 중국 언론사 간부들이었다.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