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의 데스크 시각] 환율 오르면 좋은 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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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 증권부장
![[정종태의 데스크 시각] 환율 오르면 좋은 거 아니냐고?](https://img.hankyung.com/photo/201905/07.17467485.1.jpg)
며칠 전 한 고위관료 A씨와 사석에서 대화를 하다 물었다. 시장에서 환율 걱정이 큰데 괜찮냐고.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환율이 오르면 좋은 거 아닌가요?”
말인즉슨 틀린 건 아니다. 거시경제에 정통한 차관급 관료인데 설마 틀린 논리를 얘기할까.
"환율 오른다고 수출 도움 안 돼"
B씨뿐 아니라 요즘 시장에선 환율을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단기적으로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 이도 있다. 시장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환율 상승은 결코 반길 일이 아니다. 과거 같으면 환율 상승→가격 경쟁력 회복→수출 증가로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수출이 안 되는 건 가격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력 수출시장의 수요 감소 탓이 크기 때문이다. 수출 1위 시장인 중국은 더 이상 한국산 중간재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對)중 수출이 작년 11월부터 6개월째 내리막인 것도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급감 때문이다. 대미 수출도 줄어드는 추세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표방하는 무역장벽 탓에 미국 경기가 좋다고 글로벌 경기에 볕이 드는 시대는 끝났다. 결국 환율이 오른다고 수출이 개선되리란 기대는 공허하다는 얘기다.
둘째, 환율 상승은 한국 경제의 허약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 1차적으론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에 기인한 측면이 있지만, 유독 원화 하락폭이 경쟁국 통화 대비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 하강 속도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점을 감안하면 환율은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환율 상승은 금융시장에 부정적이다. 당장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이탈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최근 보름 새에만 한국 주식을 2조300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원화 표시 자산은 온통 매도 우위다. 더구나 지속적인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 유발 요인이 된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부와 시장 간 인식의 간극은 비단 환율뿐만이 아니다. 각종 경기지표를 두고 시장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정부는 괜찮다고 한다. 심상치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되뇌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20여 년 전 외환위기 때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