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 우울증 더이상 방치해선 안돼
60만 명 수준이던 우울증 환자가 2017년을 기점으로 70만 명을 넘어섰고, 2018년엔 78만 명으로 급격히 늘었음이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개됐다. 특히 19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 환자가 전체의 5.6%를 차지하며 2017년 3만 명 수준에서 2018년 4만3000명 이상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19세에 해당하는 청소년기가 사회적 및 정서적 습관에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건강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능력, 대인관계 기술과 감정 관리법 등은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가정을 비롯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청소년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초·중·고생이 접하는 환경은 WHO가 제시하는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한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청소년은 대학입시만 바라보며 달리는 경주마로 길들여진다. 김붕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서울, 경기, 대구, 제주 권역의 초·중·고생 약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에 따르면 중·고생의 17.6%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춰 대책은 매우 미약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237곳 가운데 130개소가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증진사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는 아직 이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지속해서 얘기하고, 해결할 상담사가 있는 학교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 다른 문제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자체와 주민 간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공공복리시설이 아니라 혐오시설로 간주한다. 경기 수원시가 지난해 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한 통합진료센터를 지으려다 주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한 사건이나, 최근 오산시의 세교병원 개설 건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청소년의 정신질환이 내 아이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거라는 그릇된 신념과 지역 이기주의가 빚어낸 현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WHO가 강조하는 것처럼 가정과 학교,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이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들이 일궈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