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장애어린이를 제대로 돌보는 나라를 위해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전국 권역별로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우선 대전에 첫 번째 병원을 건립하는 중이다. 그런데 장애 어린이 부모단체는 계획 실행이 늦춰진 점과 수요에 비해 작은 규모에 불만을 표시한다.

장애 어린이들은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거나 어릴 적 발생한 난치질환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다. 어른과 달리 장애를 지닌 채 성장·발달하기 때문에 다방면의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학령기에는 특수교육을 해야 하고, 중증인 경우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기도 하다.

아이의 장애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은 부모도 아직 젊은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시련이 젊을 때 시작되는 것이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더 받아야 할 텐데 의료기관은 대기시간도 길고 치료도 제한적일 때가 많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라는 것을 제공하지만 치료인지 교육인지, 병원처럼 전문성이 있는지 불안하고 개인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은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어린이재활 낮병동을 폐쇄하기로 해 논란이다. 보호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민원을 내고 병원 재단에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병원 사정이 그러하니 민간의 장애 어린이 의료서비스 공급은 더 어려울 것이다.

의료서비스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은 매번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장애인학교가 들어설 지역 주민의 ‘님비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되는 나라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중증장애 어린이가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돼도 가족들은 또다시 좌절한다. 대부분 중증장애 어린이 부모는 특수학교 졸업을 앞두고 1년이라도 유급할 수 있기를 원한다. 학교를 떠나면 사회에서 받아 줄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증발달장애 어린이들의 학교는 낮에 돌봄을 제공하는 기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학교를 졸업한 중증장애인을 종일 집에만 있게 할 수는 없으니 새로 활동보조인을 찾고 돌봄 및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지시설을 찾아야 한다.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오래 대기해야 한다. 그나마 정보를 찾기가 어렵고 도와주는 마땅한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교육, 복지를 따로 계획해서는 안 된다. 서로 겹치고 또 그렇지 않은 부분을 잘 구분해 계획하고 수행해야 한다. 세 분야 각각의 독자적인 영역, 두 분야가 겹치는 부분, 세 분야의 공통적인 교집합 부분을 가정하면 된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진단을 받은 직후는 주로 의료영역의 재활서비스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한 시기에는 의료서비스 비중은 줄어들고 특수교육의 비중이 커진다. 사회에 나올 무렵에는 의료, 교육, 복지 세 분야의 교집합에서 점차 교육이 줄어드는 형태가 된다. 사회적 재원 투입 시 간단한 벤다이어그램만 생각해도 훨씬 효율적이 될 것이다.

의료와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의료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상 치료가 절실한 6세 미만 장애 영유아에게조차 재활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는 상대적으로 복지 예산에 여유가 있다. 그 예산으로 재활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 영유아들에게 엉뚱하게도 교육비 지원 비슷한 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한다. 의료기관에서 재활의료 서비스가 필요해도 못 받는 아이의 부모들은 이 바우처를 이용해 비전문가에게 유사치료를 받으러 간다. 의료, 교육, 복지의 독자 영역과 서로 겹치는 영역을 고려해 정말 필요한 곳에 예산이 가도록 하기만 해도 전체 시스템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