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문전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자 전문대 총장으로 일하다 보면 일반인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전문대는 고등학교 때 공부 못하던 학생들이 가는 곳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물론 그런 학생들이 일부 있긴 하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체계적인 실용교육과 현장실습을 받기 위해 전문대학에 지원한다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다.

전문대는 ‘특별함’을 바라는 학생들이 도전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자신의 직업 전망을 펼칠 분야에서 신나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끼’가 학교 수업과 실습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결국 전문대 발전을 견인하고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다.

그동안 열린 월드컵 축구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우승팀에는 반드시 ‘판타지 스타’가 있다. 판타지 스타가 이끈 대표팀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우승했다. 브라질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모든 축구 감독과 선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미드필더, 즉 허리가 강한 팀이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한다고 말이다. 현재 축구계를 이끌고 있는 포르투갈의 호나우두나 아르헨티나의 메시, 벨기에의 아자르 같은 경우도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한마디로 중원을 장악하는 미드필더가 강한 팀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분석이다.

전문대를 축구에 대입하면 어떨까? 전문대는 국가의 허리 역할을 하는 전문인력, 즉 산업 미드필더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중 중소기업 비율은 99%이고, 전체 취업자 중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전문대 졸업자 66.9%가 중소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영속적 발전도 결국 허리가 얼마나 튼튼한가에서 판가름 난다. 따라서 전문대에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 이 안에서 대한민국 직업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본인이 원하는 분야가 전문대에 있다면 그곳에 진학하라.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아니라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전공과 대학을 편견 없이 선택하라. 전문대는 자신이 원하는 전문 분야를 지원하는 푸른 꿈의 저장고다. 성장과 발전의 인큐베이터다. 청년실업으로 온 나라가 고민이 많은 2019년 봄, ‘우문전답(우리의 문제는 전문대에 답이 있다)’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