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기 한 마리가 만드는 공정경제
지난 3월 알리바바 티몰과의 업무 협약을 위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카페는 물론 길거리의 과일 파는 트럭과 포장마차에서도 모두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 ‘알리페이’ 이용자는 9억 명, 텐센트 ‘위챗페이’ 이용자는 6억 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약 43개 회사에서 50종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든 핀테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맹점 구분 없이 수수료를 없애는 실질적인 ‘제로페이’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 대비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의 속도가 더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민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은행, 정유, 자동차 등 다수 필수소비재 분야를 대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들어설 자리가 부족하고 국민 가계 부담도 막대하다.

이들 독과점 분야의 2018년 영업이익은 시중은행 6개사가 약 12조원, 정유 4개사 4조5000억원, 현대·기아차 및 현대모비스 2조2000억원, 통신 3사 3조원, 카드 9개사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금리가 연 1%만 인하되면 연간 25조원, 독과점 분야 이용 금액이 반값이면 연간 약 15조원의 중소기업 및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민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연간 40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기준금리 인상, 보호무역 등으로 내수가 어렵다지만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 상장사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필자는 2007년 사무실 한편에서 이스타항공을 창업했다. 양대 항공사 독과점 시장에 뛰어들어 항공기는 가장 안전한 최신 기종을, 항공료는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해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DJ정부 시절 키움증권은 담합으로 형성된 평균 0.5%의 주식거래 수수료 구조를 깨뜨리고 일명 제로 수수료를 제공해 시장점유율 1위, 시가총액 3조원 회사로 성장했다. 시장에 한 마리의 ‘메기’만 있어도 대기업 위주 독과점 시장은 깨지고 공정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올해 청년창업사관학교 9기 입교생 중 독과점 해소 분야 82명, 사회적 경제 분야 120명, 4차 산업혁명 분야 504명을 선발했다. 중진공은 가계 부담을 반으로 떨어뜨리는 공정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1그램의 열정마저 모두 태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