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고위급 인사들이 올 들어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경제 현장에서는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한경 2월 18일자 A1, 5면). ‘경제소통’을 표방하고서도 현장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귀담아 듣기보다,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투자와 고용 확대를 채근하는 자리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쌍방향 소통이 아닌, 보여주기식 ‘쇼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산업계 어려움을 경청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성 언급이 나오면서 소통행보가 시작됐기에 기업들의 허탈감은 더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10차례에 걸쳐 간담회 현장방문 등으로 기업인과 만나면서 수행한 장관들에게 “현장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여당과 정부 책임자들이 개별적인 현장 소통에 적극 나서줄 것도 주문하고 있다. 올 들어 이낙연 국무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줄줄이 나서서 30여 차례 현장방문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의 지시가 표면적으로는 활발하게 실천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책이 변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각별한 주문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좀 다르겠지’ 하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는 탄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생산 수출 소비 투자 등의 경제지표가 동반급락하면서 비상 걸린 기업들에 ‘보여주기’ 식으로 시간만 빼앗아선 곤란하다.

기껏 현장을 방문해 기업들의 애로를 듣고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겠다” 식의 뻔한 원론을 되풀이하는 행태는 기업들을 더욱 맥 빠지게 하는 ‘희망 고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과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경영 의사결정을 꼬이게 할 상법 개정안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속 시원한 답변을 들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움을 듣겠다며 마련한 자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며 “고용을 늘려달라” “제로페이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등의 요구도 늘어놓고 있어 “이럴 거면 왜 만나느냐”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하소연이 커지는 데 대해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으며, 빠른 피드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과 정반대되는 이런 해명은 현장과 정책 간 괴리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라도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세심하게 살펴 실질적 도움을 줄 정책을 고민해야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