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자회사의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를 도맡을 공공기관을 신설하겠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반 컨베이어벨트 작업 중 참변을 당한 김용균 씨 사망사고 후속대책의 일환이다. 외주 업무를 수행 중인 민간 하청업체 근로자 2200여 명을 신설 공기업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임금, 근로조건 등 구체적 사항은 미정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공기관 설립 후 직고용’ 방식은 어느 모로 보나 위험 관리와 근로자 안전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부적절한 해법이다. 대리 운전기사가 사고를 냈다고 정부가 대리운전 공기업을 만드는 격이어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어떤 선진국도 유해 작업이라는 이유로 도급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특화된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법에 이은 또 하나의 졸속 대책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김씨 사고가 터진 지 불과 2주 만에 원청업체와 그 사업주에게 거의 무한책임을 지우는 산업안전법 전면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여론 눈치를 살피며 기업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공기업은 업무성과와 효율이 낮다는 점에서 ‘직고용’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경쟁 없이 일감을 수주하게 될 신설 공기업이 제대로 일할 수 있을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5개 발전자회사의 실적 악화 우려가 크다. 탈(脫)원전 정책 탓에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커지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한 해 전의 20%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다. 경상정비 분야 외주근로자 5000여 명의 직고용 여부도 논의된다고 하니, 자칫 민간 하청업체들의 사업기반이 일시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손쉽고 허울 좋은 공기업화보다 전문화·분업화 촉진과 민간부문 경쟁을 활성화하는 시장환경 조성이 근본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