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빌미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당은 의원 정수 확대를 통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민주당과 야 3당만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집권당도 의원 정수 확대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정하는 선거방식이다. 소선구제로 뽑는 지역구 의원 253명에 비례대표 47명을 더한 현행 방식에 비해 유권자의 ‘사표(死票)’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3당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타당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3당이 내세운 ‘연동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원 비중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야 하는데, 기존 지역구 의원 정수를 줄이는 방안에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정당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미 국회의장실에서는 의원 정수를 50~60명 늘리는 방식의 선거제도 변경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특권 축소와 국회예산 동결을 조건으로 의원수를 늘리면 국민도 동의해 줄 것”이란 게 야 3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선거제도 변경으로 의원 정수가 대폭 늘어난다는 사실이 이슈화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연동형’의 필요성만 강조하면서 슬그머니 의원수를 늘리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국민에게 ‘연동형’ 도입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증원’도 함께 알려 판단을 구하는 게 정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지역구 의원을 줄이든지 해야 할 것이다. 이재오 전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가 19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지역구 민원창구 역할에 치중하고 있는 지역구 의원의 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의원을 해보니 300명씩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의원들 자신이 무슨 얘긴지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