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글로벌 스포츠 전문가를 키우자
“1년에 서너 번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갈 때마다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IOC에서 근무하는 직원 650여 명 가운데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IOC 위원으로 맹활약하는 유승민 위원의 말이다. 2016년부터 어느새 2년간 IOC를 8회나 방문한 유 위원은 현재 IOC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모두 세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중 국내 근무 한 명을 빼면 스위스 로잔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은 단 두 명밖에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스위스 남서부 로잔에는 IOC뿐만 아니라 스포츠 종목별 국제연맹이 32개, 세계도핑방지기구와 같은 국제스포츠 단체 및 기구가 39개 몰려 있다. 그런데 이처럼 수많은 국제스포츠 관련 기구에서 근무하는 수천 명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총 13명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한국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는 골프나 유도, 펜싱 등의 국제연맹에는 한국인 직원이 한 명도 없다. 태권도와 양궁, 수영 등의 국제연맹에는 단 한 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유 위원이 금메달을 딴 종목인 세계탁구연맹에도 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중 한국인은 한 명도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에도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스포츠 관련 국제기구에 왜 한국 청년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을까? 유 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스포츠외교’, 즉 스포츠와 외교가 융합하는 직종에 걸맞은 인재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스포츠’ 하면 운동선수의 길로만, ‘외교’ 하면 외교관의 길만 생각하기 때문에 두 분야의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6년간 남은 IOC 위원 임기 중 우리나라 청년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관련 업무를 하고 싶은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가를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육성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참신한 취지를 대학교육에 접목하기 위해 경기대는 유 위원을 올가을 석좌교수로 초빙해 글로벌 스포츠 전문 인력 교육과정을 열기로 했다. 스포츠에 관심이 있으면서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춰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은 학생들이 대상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인재를 길러내는 가칭 ‘글로벌스포츠’ 학과나 대학, 대학원 등이 생긴다면 최근 현안 중 하나인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