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을 거쳐 창업도 해보고 호텔업에 이어 이번엔 평생 교육기업에서 일하게 됐다. 지나간 날들을 돌이키다 보니 옛 성현들의 말씀이 가슴에 더욱 와닿는다.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다. 살아가야 하는 삶! 무엇으로 그 삶의 끝자락을 붙잡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일 수도 있겠다. ‘묵이지지(默而識之) 학이불염(學而不厭) 회인불권(誨人不倦) 하유어아재(何有於我哉)’. 공자는 자신의 책무에 대해 세 가지 질문으로 성찰한다.

먼저, 묵이지지. 묵묵히 깊은 뜻을 늘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지 자세를 묻는 질문이다. 이것은 소명일 수도 있겠고 평생을 근심해야 할 종신지우(終身之憂)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길에서 건성으로 듣고 떠들어버리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이나 하루아침에 사라질 일조지환(一朝之患)은 아니다. 늘 배운 바를 마음속에 깊이 두고 묵묵히 가져가야 하겠다.

다음은 학이불염이다. 배움에 싫증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는 질문이다. 여기에서 배움은 억지로 마지못해 하는 공부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는 적어도 아니다. 다산 정약용이 마음속의 병통을 찾아내고 걷어내는 과정이 공부라 말했듯, 이 공부는 사람되는 공부요, 마음을 다스리고 바르게 행함으로써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토록 해야 하는 것이 배움인지라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염증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매일 반성해야 하겠다.

끝으로 회인불권. 남을 가르침에 게으름이 없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듯 지식이나 지혜 또한 내 것만은 아니다. 그 지식과 지혜 역시 선인들의 가르침과 이 세상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터인즉 이것 역시 나눔이 마땅하다 하겠다. 지식과 지혜는 나눌수록 더 큰 자산이 돼 돌아온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유어아재? 이들 중 나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자신이 가진 지혜를 먼저 나눠 준 성인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그들을 따랐고, 지금까지도 추앙받고 있다. 자신이 깨닫고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야겠다.

오랜 옛날 공자가 던진 세 가지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다. 나는 묵묵히 마음을 깨달음으로 새기며 살고 있는가? 언제 어디서나 배우고 익히며 살고 있는가? 깨닫고 배운 것을 남과 함께 나눔에 게으름이 없는가?

선한 의지, 호연지기(浩然之氣), 역사의식(歷史意識). 이 세 개의 마음 기둥은 늘 내가 새길 묵이지지인데 늘 아쉬움이 있다. 쓰고 말하고 노래하자니 배움을 게을리 할 수는 없고, 결국은 내가 가진 조그만 재능과 경륜, 지혜를 나누는 것일 테지만 일관됨과 깊이가 부족해 학이불염, 회인불권은 아니다 싶다. 앞으로 더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