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업역 칸막이 폐지, 전문건설사 도약 기회
정부가 지난달 7일 노·사·정 합의를 통해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건설업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40여 년간 유지돼 온 종합건설·전문건설 간 업역(業域) 칸막이를 허무는 게 주된 내용이어서다.

업역이란 건설공사를 따낼 수 있는 영역 구분이다. 건설업은 토목·건축 시설물을 완성하는 종합건설업과 시설물 일부를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으로 나뉜다. 그동안 업역 탓에 종합건설은 원도급, 전문건설은 하도급이라는 등식이 고착화됐다. 경쟁을 저해하고 건설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건설기업의 원도급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등 성장의 걸림돌로도 작용했다.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빠르고 값싸게 시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종합건설기업이 수주와 시공관리 등을 하고, 전문건설기업은 해당 전문 분야별로 직접 시공을 담당하며 분업체제를 구축했다. 이렇게 업역이 나뉜 채 도로·철도·공항 등 국가 기간시설부터 초고층 빌딩까지 시공하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지금 ‘성장의 역설’에 직면했다. 양적 성장기에서 질적 성장기로 전환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보다 생활형 SOC, 재개발·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나 유지 관리 위주로 건설 수요가 변화하며 물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산업 혁신 로드맵에 따라 업역 간 울타리가 허물어지면 건설업계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 창출과 산업경제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덩치 큰 종합건설기업이 몸집이 작은 전문건설기업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우수한 시공능력을 갖춘 전문건설기업에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전문건설기업이 수주와 시공을 원스톱으로 처리함으로써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폐해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이번 로드맵에 대한 체감온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진행 중인 혁신 작업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건설인들은 건설시장 변화에 새롭게 대응해야 한다.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기술 개발, 품질 제고, 안전 관리에 힘써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변화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