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양·고용창출 효과 감안해야"
정병윤 <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
건설업계는 SOC 예산 증액을 요구해 왔다.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SOC 예산 증액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건설경기전망’에 따르면 내년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6.2% 감소한 135조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5년 만의 최저치다. 건설투자는 2.7%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럴 경우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취업자 수는 9만2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하락 속도다. 지난 3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하락했다. 1999년 1분기 이후 19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SOC 예산을 감축하는 건 인식과 관점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국내 SOC가 질적, 양적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이라고 잘못 인식한 결과다. 한국재정학회 연구에 따르면 현재 삶의 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SOC 총량은 한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90% 수준이 돼야 한다. 그런데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SOC 총량은 같은해 GDP의 50%를 밑돌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SOC 예산 감축이 계속되면 3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게 연구 결과다.
더 큰 문제는 SOC에 대한 잘못된 관점이다. 예산은 전체 규모도 중요하지만 상대적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정부 총지출은 올해보다 9.7% 확대된다. 보건·복지·노동 등 12대 주요 분야의 예산은 SOC만 빼고 모두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감소한 SOC 예산이 복지 등 다른 분야에 전용되는 셈이다.
정부의 관점에서 건설은 구시대적 산업이고 비리의 온상이다. 한 고위 경제관료가 언론에서 최근 경기침체를 과거 정권들처럼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해결하고 싶은 유혹을 참았다고 한 것은 이런 왜곡된 관점을 반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현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비리가 점철된 경기부양책에 불과하다. 이런 프레임으로 보면 경부고속도로와 KTX 건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했다는 관점이 오히려 보편적인데도 말이다.
실제 건설업은 내수부양과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건설업 고용유발 숫자는 투자 10억원당 10.2명이다. 제조업(6.1명)은 물론 전체 산업 평균(8.7명)보다 훨씬 많다.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도 13.9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11.9명)을 웃돈다.
정부의 SOC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SOC 예산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SOC는 돈을 뿌려 경기를 살리는 손쉬운 부양책이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요소로 이해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