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초연결 사회'의 통신 재난

스웨덴의 인터넷망이 붕괴된 2009년 10월, 전 국민이 대혼란에 빠졌다. 원인은 국가 도메인을 보수하던 작업자의 사소한 실수였다. 잘못 배열된 스크립트 하나로 국가 전체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우리나라도 2013년 주요 기관과 기업, 지방자치단체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3·20 사이버 테러’로 곤욕을 치렀다.

이처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예측불가능한 사건들을 미국 과학자 존 캐스티는 ‘X이벤트’라고 부른다. X는 ‘극도의’ ‘미지의’라는 뜻으로, 복잡하고 기술의존적인 사회에 닥치는 대재난을 말한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블랙 스완’의 공포와 닮았다.

현대는 모든 것이 거미줄처럼 엮인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전자상거래와 사물인터넷 등으로 사회가 촘촘하게 엮여 있다. 경제도 단순한 제품 생산을 넘어 ‘연결’과 ‘관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연결 경제(connection economy)’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성 역시 온·오프라인을 잇는 초연결성이다.

이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엄청난 피해가 따른다. 인터넷은 전력에 의존하고, 전력은 석유·석탄 등에 의존한다. 전력설비 고장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지면 통신·금융·유통·상하수도가 일시에 마비된다. 2003년 미국 오하이오주 정전으로 중서부부터 북동부까지 5000만 명이 공포에 떤 사례가 대표적이다. 의료 장비와 첨단 시설, 관제탑, 국가 치안망까지 멈추면 ‘디지털 암흑’이 따로 없다.

모든 사고는 예고 없이 터진다. 그제 서울 서대문구의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기간통신망이 끊겼다. KT가 서비스하는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은 물론이고 카드결제 단말기, 경찰 통신망까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2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 데이터센터 장애로 인터넷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 만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통신재난 주의보’를 발령하고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통신망을 완전 복구하는 데에는 1주일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나타나는 땜질 처방과 냄비근성이다. 과거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과 ‘3·20 사이버테러’ 때처럼 이번에도 근본적인 해법보다는 새로운 통제조항만 잔뜩 나열할까 걱정이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아무리 정보통신 인프라를 잘 갖췄다 해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전기와 정보통신 등 범국가 네트워크일수록 더 그렇다. 사고는 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영역, 가장 취약한 틈새에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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