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취임 1년도 안 돼 사퇴했다. 그것도 국정감사 당일 돌연 사직서를 제출해 바로 수리됐다.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어이없는 처신에 말문이 막힌다.

그가 사퇴한 건 KAIST 초빙교수 시절 한국원자력연구원 과제에 참여한 것과 관련한 결격 사유가 불거진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임명 때부터 문제가 됐던 인사였다. 원자력핵공학과를 졸업했지만 그의 이력은 원자력 안전 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그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재개를 반대하는 쪽의 전문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을 정부가 원안위원장에 앉혔다는 건 원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다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 위원장이 들어오면서 원안위의 비상임위원 4명이 과거 연구과제 참여 등의 이유로 물러났다. 그런데 강 위원장 자신도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가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 “결격사유 여부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던 그가 국감 출석을 앞두고 돌연 사퇴한 것은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정부가 인사실패에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사직서를 곧바로 수리해 이번 사태를 덮으려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 ‘코드인사’에 눈이 멀어 임기가 3년인 위원장 자리에 1년도 못 채울 사람을 임명했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구나 위원장 사퇴로 남은 위원이 4명밖에 없는 원안위가 언제 정상궤도로 돌아올지 기약도 없다. 탈(脫)원전에 이어 원안위원장의 돌연 사퇴로 이 나라 원자력 정책이 어디까지 망가질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