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력 신문들이 잇따라 “한·미 관계가 위험하다”는 기사를 싣더니 이번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경고를 쏟아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외교부 기자단을 만나 “공개적으론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노선을 지지하는 모습이지만 미 정부 관계자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매우 우려하거나 심지어 화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에게 수차례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늦추라’는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도 했다.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 스콧 스나이더는 “양국 간 이견이 드러난 것은 평양 정상회담 혹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대북제재와 남북군사합의서 문제에서 한·미가 같은 페이지에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 간 불협화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미 공조는 굳건하다”고 말해왔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얘기다. 양국 간 입장 차이는 미국 정부가 가시적 비핵화를 이뤄야 대북제재를 완화 내지 해제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자”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문제는 향후 양국관계의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내며 한국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의 안보’를 내세우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라도 매길 경우 엄청난 타격이 우려된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국내 7개 은행에 직접 전화해 대북 제재 준수를 요구한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산 석탄 수입이나 남북경협과 관련해 제재를 받게 되면 해당 은행은 어마어마한 벌금은 물론 그 이상의 충격을 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미 관계는 살얼음판이다. 경기 둔화 와중에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세계 주요 지수 중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이나 어제 2000 아래로 주저앉은 것이 덜컹대는 한·미 관계와 무관한지도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