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도움을 주는 행복
휴식을 원할 때 사람들이 주로 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는 수고를 하자면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 여행지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건도 더러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 휴식은 육체적인 쉼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머리를 쉬어주는 정신적인 것에 쉼이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정신, 즉 마음먹기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이번 여름휴가에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손녀에게 줄 선물을 사러 아울렛에 갔는데 아내가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것을 알고는 한참 찾으러 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행 중 한 명이 안내소에서 선글라스를 보관하고 있다는 방송을 듣고 알려줬다. 안내소로 부랴부랴 갔을 때 직원은 꼼꼼히 안경의 모양에 대해 물어본 뒤 선글라스를 꺼내줬다.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직원은 오히려 “주인을 찾아드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또 한 번 감탄했던 기억은 아울렛 직원들에게 장난감가게 위치를 물어봤을 때였다. 너무나 큰 곳이라 직원들도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하는 듯했다. 몇몇 직원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는데 한 직원은 대답 없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밖으로 그냥 뛰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다들 바쁜 모양이니 오늘은 못 사겠군’ 하고 생각하고 100m쯤 걸어갔을 때다. 아까 그 직원이 그 무더운 날 내 뒤를 쫓아 헉헉거리며 뛰어왔다. 그는 “위치를 대충 알고 있긴 한데 설명하기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물어 지도에 표시해 왔다”고 했다. 그러고는 “제가 모셔 드리면 좋겠는데 카운터가 비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두 직원 모두 친절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을 넘어 삶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친절에 이익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다른 손님을 놓치는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에 큰 이익이 생길 수 있는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 하루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마음이다. 도움을 받은 만족감에 나는 큰 감명을 받았지만, 도움을 준 직원은 분명 나보다 더 큰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도움을 준다는 행복감이 바로 일하는 마음가짐의 첫 시작이며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