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법 독립 침해'에 대한 법원의 착각
“언론과 법조계 인물들로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법관에 대한 공격에 대비하자.”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다루기 위해 설치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지난 2일 “법관 독립 침해 문제를 다룰 전담기구로 ‘법관독립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일부 위원들은 “정치경제권력·언론·시민단체·인터넷여론 등 사법부 외부에서 법관에게 압력을 가해 법관의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며 법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 세력으로부터 판사를 보호하는 것도 법관독립위원회의 업무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위원들 회의 자료엔 외국 참고 사례로 2008년 미국법률가협회(ABA) 산하 위원회가 제시한 대응 절차가 실렸다. 판사에 대한 외부 비판과 공격에 대비하는 별도 대응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신속대응팀이 사용 가능한 대응 방법으로는 ‘무반응’ ‘부당한 비판을 퍼뜨리는 측에 항의’ ‘편집자에게 이해를 구하는 설명’ 등이 나열됐다.

그러나 판사와 재판에 대한 비판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이들의 시각이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 법원을 일종의 성역으로 만들어 건전한 비판마저 튕겨 내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판사를 시민들의 목소리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진정한 사법부 독립은 아닐 것이다. 헌법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는 판사 개인의 신분상 이익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국민이 오로지 법리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부쩍 잦아진 법원 앞 1인 시위와 기자회견, 특정 판결에 대한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 등이 공정하지 못한 재판의 원인’이라는 사법발전위원회 분석도 번지수가 틀렸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고위 법관 등이 일선 재판부에 권한을 남용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최근 일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법원행정처 요직 임명 배경엔 ‘코드 인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거세다. 사법부 독립에 상처를 낸 장본인이 바로 판사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 개혁은 외부로의 책임 떠넘기기에 앞서 내부 자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