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말 발표한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추석연휴에도 큰 관심을 모았다. 서울에 인접한 4~5곳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하고, 유휴부지 등 중소규모 택지 25~26곳을 조성해 총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서울 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방안은 일단 제외됐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수요억제 일변도에서 공급 확대 병행으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급시점이 너무 멀어 집값 안정에는 역부족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집값이 안 잡히면 더 강력한 대책을 펴겠다고 예고했다. 국토교통부는 공급물량이 충분치 않으면 서울 내 그린벨트 ‘직권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5등급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현행 법규상 그린벨트는 정부가 지정하고 풀 수 있다. 30만㎡(약 9만 평) 이하 그린벨트는 시·도지사에게 해제권한이 위임돼 있지만, 정부의 직권해제도 가능하다. 그렇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게 그린벨트 해제다. 한 번 훼손하면 복원이 불가능한 환경자산이다. 서울 내 그린벨트는 전체 면적의 24.7%이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훼손된 곳이 적지 않다. 이미 훼손됐다는 이유로 풀면 훼손을 더욱 조장할 것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주택을 공급한다고 집값이 안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수도권에서 23차례 그린벨트를 풀었는데 이 가운데 17차례는 집값이 되레 올랐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내곡·세곡동 그린벨트에 공급한 보금자리 주택이 ‘로또 아파트’로 변질돼 투기를 부채질한 선례도 있다.

집값 급등의 근본원인은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의 새 집 공급이 태부족이란 데 있다. 따라서 40~50년 된 낡은 주택의 재건축·재개발부터 풀어주고, 수평 확장이 어렵다면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게 순리다. 개발이익이 과도하면 적정하게 환수하면 될 일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공급 확대의 여러 대안 중 맨 마지막에나 신중히 검토할 카드다. 집값을 잡겠다는 조바심으로 밀어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