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대출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은행 창구마다 혼선을 빚고 있다. 규제가 광범위한 데다 세부지침도 없이 시행한 탓이다. 은행 점포에는 대출 가능여부, 대출자격·한도, 만기연장, 전세대출 등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추석 전 자금수요가 많고, 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시행돼 더 부산하다.

이런 혼란은 9·13 대책이 무주택자 외에는 집을 살 목적의 대출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종전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비율만 지키면 됐지만 이제는 집값, 자금용도, 주택 보유여부 등에 따라 대출기준이 달라진다. 그러니 고객은 물론 은행원도 헷갈리고, 점포마다 설명이 다른 경우도 있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부작용이 현실화한 뒤에야 금융당국이 땜질하듯 보완책을 내놓는 걸 보면 이번 대책이 얼마나 졸속 시행됐는지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지역(투기·투기과열·조정지구)의 1주택자가 이사, 결혼, 부모공양을 위해 집을 사면 실수요자로 분류토록 했다. 어제는 자녀 교육과 질병 치료, 근무지 이전 등의 경우에도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피치 못할 사유가 이것뿐일까 싶다. 복잡다단한 국민의 삶을 획일적 잣대로 규제하니 예외가 꼬리를 문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서민 치고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설령 집이 한 채 있더라도새 집,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정부가 집값 폭등은 잡아야겠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집을 사려는 이들을 무조건 투기꾼으로 간주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가장 세심하게 수립해야 할 주택정책이 너무 거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