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곳 넘는 공공기관들이 민간 영역에 전방위로 진출해 성장과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파이터치연구원은 그제 발표한 ‘공공부문의 시장사업 정당성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지방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들이 민간이 영위하는 사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해 되레 민간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축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과 경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민간 영역 침해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유통은 역사 내 편의점·자판기를, 한국관광공사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골프장을 운영한다. TV홈쇼핑에선 공공기관들의 ‘진출→사업 매각→재진출’이 거듭되고, 우체국은 택배·쇼핑 등의 사업을 한다. 이 밖에 테마파크, 골프연습장, 교육사업, 민자도로 관리 등에까지 손길을 뻗고 있다.

국민들이 자주 접해 무덤덤하게 넘겨왔지만, 전혀 당연하지 않은 행태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법률에 의해 공공성 위주의 설립 목적이 정해져 있고, 재정으로 기술·정보·네트워크 등의 자산을 축적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런 공공기관이 재화·서비스 시장에서 민간과 경합하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국가의 불공정행위나 다름없다. 해당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민간에 매각해야 마땅하다.

공공기관 하면 늘 ‘비효율’이 따라붙는다. 공공기관은 2016년 기준 총자산회전율이 42%(민간 72.1%), 총자본순이익률은 1.2%(민간 9.6%)에 그쳤다. 공공 서비스가 아무리 개선됐다고 해도 민간 기업에는 훨씬 못 미친다. 공공부문이 비대해질수록 국가적 자원 낭비와 민간의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공공기관들이 민간의 일감을 빼앗는 행태는 국가의 시장 간섭을 너무 쉽게 여기는 ‘관치(官治)’ 습성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정부는 차제에 공공기관들의 사업을 시장성과 민간과의 경합성으로 재평가해,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 넘겨야 한다. 민간과 경쟁하라고 공공기관을 만든 게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