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40개 기관에 365명 '낙하산'
94명은 단순 임원 아닌 기관장급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51명
참여정부서 일한 경력자도 11명
문재인 대통령 지지선언만 해도 감사 자리 꿰차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는 4일 ‘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현황’ 백서를 공개했다. 바른미래당이 국회 각 상임위원회를 통해 피감기관 인사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다. 정권 초기 주요 정부기관장 인사를 하면서 ‘캠코더(대선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감시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공기업 감사급까지 전수조사한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 1년4개월여 동안 340개 공공기관에 새로 임명된 임원 수는 1651명이다. 이 가운데 ‘캠코더’라는 지적을 받는 인사는 365명에 이른다. 네 명 중 한 명꼴인 94명은 기관장급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또한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능력과는 무관하게 정치권 인사들을 중요 기관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내세워 신적폐를 쌓고 있었다”며 “매일 한 명씩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민주당 계열의 전직 국회의원은 총 9명이다. 이미경(한국국제협력단), 오영식(한국철도공사), 이강래(한국도로공사), 김낙순(한국마사회), 최규성(한국농어촌공사), 김용익(국민건강보험공단), 김성주(국민연금공단), 지병문(한국사학진흥재단), 이상직(중소기업진흥공단)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과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각각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바 있다.
금융공기업 신규 임원 35명 중 21명 ‘캠코더’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가운데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인사가 51명에 달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력이 있는 인사도 44명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와 정부 각 기관에서 일한 경력자도 11명이었다. 나머지는 민주당 출신이거나 현 정권과 친분이 있는 전직 관료들로 채워졌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는 것만으로 공기업 감사에 임명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중에는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이른바 노른자위로 불리는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임원으로 간 ‘캠코더 인사’가 21명에 달했다. 이들 기관의 신규 임원 35명 중 60%가 ‘낙하산’ 몫으로 배정됐다는 설명이다.
지역 연고를 중시한 인사도 눈에 띄었다. 최상현 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은 대구에 본사가 있는 신용보증기금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부산 남구에 본사를 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이사로 임명된 이동윤, 손봉상, 조만주 씨 모두 민주당 부산시당 대선 선거대책위 출신이다.
공공기관·공기업 신규 임용자 출신 배경을 담은 자료가 공개되면서 다음달 10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부터 야당의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 특히 공공기관 인사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수석실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의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 의장은 “국감에서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따지고 무능한 임원을 퇴출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