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의혹 정리해야"…A4 10장 적어와 尹 작심 비판한 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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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범 후 720일 만의 영수회담
李, 채상병특검·이태원특별법 촉구
"야당 굴복하면 성공적 국정 운영 쉽지 않을 것"
"특검법 등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명 요청"
李, 채상병특검·이태원특별법 촉구
"야당 굴복하면 성공적 국정 운영 쉽지 않을 것"
"특검법 등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명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모씨 의혹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열었다. 두 사람이 양자 회담을 하는 건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집무실에서 이 대표를 맞으며 “선거 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다 이제 건강 회복하셨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를, 이 대표는 검정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뒤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용산에 오셔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다”고 하자 “저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냉랭해졌다. 이 대표는 취재진이 퇴장하려고 하자 ”퇴장할 것은 아니고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갖고 왔다”며 미리 작성해 둔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꺼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여의도에서) 오다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2년 만에 영수회담이 이뤄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행령 개정 등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김 여사 특검법 수용 등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의식하듯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모두발언에서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민생 어려움 해결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의정갈등 해소 등을 요구했다. 이어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약 15분간 원고를 읽어가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발언을 들었다. 이어 모두 발언이 끝나자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열었다. 두 사람이 양자 회담을 하는 건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집무실에서 이 대표를 맞으며 “선거 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다 이제 건강 회복하셨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를, 이 대표는 검정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뒤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용산에 오셔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다”고 하자 “저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 대표가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냉랭해졌다. 이 대표는 취재진이 퇴장하려고 하자 ”퇴장할 것은 아니고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갖고 왔다”며 미리 작성해 둔 A4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꺼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여의도에서) 오다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2년 만에 영수회담이 이뤄진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시행령 개정 등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김 여사 특검법 수용 등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의식하듯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모두발언에서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민생 어려움 해결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의정갈등 해소 등을 요구했다. 이어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약 15분간 원고를 읽어가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발언을 들었다. 이어 모두 발언이 끝나자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