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비대칭적 고용회복' 바로잡을 대책은 없나
프랑스 파리 16구 블론뉴 숲 가장자리의 조용하고 쾌적한 주택가에는 ‘샤토’라 불리는 본부와 부속 건물로 이뤄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리 잡고 있다. OECD는 선진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며 바람직한 정책 대응을 연구하는 일종의 전문적 선진국 클럽이다.

지난 7월4일 OECD가 발표한 ‘2018 고용전망’은 회원국의 고용시장이 정책당국자들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 담대하고 치밀한 정책적 처방을 요구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답답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고용 상황을 한꺼번에 타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묘약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각국의 노동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다. 이 때문에 고용 회복은 위기 이전과의 비교를 통해 이뤄졌다. 실업률이나 고용률로 볼 때 대다수 회원국의 노동시장은 거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고용의 형태와 질에서 나타난다. 고용은 됐으나 실질임금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시간제 일자리 임금은 특히 타격을 받았다. 요컨대 비대칭적 고용 회복이 일어난 것이다.

임금 수준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생산성 정체 때문이다.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가 낮아 유동성 함정에 빠진 명목임금은 횡보하고 있으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정체로 인한 실질임금의 정체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자본과 기술 집적도가 높은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일부 고임금 직종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혜택은 극소수에게 돌아간다. 전체적으로 볼 때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자본이 가져가는 몫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슈퍼스타 기업’에서 자본소득 분배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낮은 생산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 중위임금은 그 낮은 생산성 증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그렇고 그런’ 직업이 감소하거나 감소하지 않더라도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은 넘쳐나 실질임금이 감소하거나 정체해 노동시장 내부에서 임금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산업, 한 기업, 심지어 한 작업장에서도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OECD는 임금격차를 줄이고 고용 상태를 안정시키는 단체교섭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이나 기업별로 노사교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직화된 분산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사회적 파트너의 적극적 개입과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재교육, 재배치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의 적극적 활용과 이를 위한 제도적 정비도 주문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들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상황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데자뷰’ 같은 정책 대안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교훈은 남는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극적인 처방은 없다. 과거에 하자고 했던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잘 집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술 변화와 개방으로 인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여성 고용 확대를 위한 출산육아 정책을, 노동시장의 내적 유연성 확대를 위한 유연근무제도를, 그리고 상호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대화체를 잘 운용해 왔는가.